No,271 : 12월의 교도소는 추웠다

♠ 이름:양전도사님
♠ 2007/12/13(목)

12월의 교도소는 추웠다

교도소 안은 언제나 춥다. 여름에도 썰렁한데 겨울에는 오금이 저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년을 매월 방문하는 교도소지만 갈 때마다 춥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도 내 마음이 추워서 그럴 거다. 그들이 보기엔 내 자신이 행사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여유롭고 자신감이 있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은 항상 낯설고 어색하다. 그들은 들켜서 감옥에 있는 것이고, 나는 들키지 않았기에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따지고 보면 들키지 않아 넘어갔기에 망정이지 내가 살아온 삶속에서 들켰더라면 영락없이 감옥에 갔을 일도 부지기수였으리라. 교도소에 갈 때마다 재소자들을 보면서 내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음은 감사의 조건이기도하다.

자오쉼터 김장잔치를 마치고 바로 교도소 갈 준비를 하는 아내. 나는 일정을 잡아 놓고 어떻게 할 것이라는 말만 해 놓지만 아내는 그에 따른 준비들을 모두 해 준다. 남편 잘 만난 덕분에 일복이 터진 아내다. 그래서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하다. 건강하게 아름답게 늙어가는 우리 부부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오늘 신문에 보니 현재 45살의 남자는 32년 정도를 더 살고, 여자는 39년 정도를 더 산다고 나왔기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내가 46살이니 31년을 더 살겠고, 아내가 51살이니 34년 정도 살겠다며 남은 생을 계산하고 있었다. 정말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작은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예배당으로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일부의 재소자들은 의자에 줄을 서서 앉아 있고, 일부 재소자는 서서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험악한 분위기다. 먼저 그들의 앞을 지나 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린 후 그들을 바라보았다. 분위기 파악 모드로 전환이다. 연말이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집회라 비장애인 재소자들이 행사에 참석하고자 밀고 들어 온 것이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교도관들이 통제 불능상태로 될 우려가 있고, 기존 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재소자들마저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어 인원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교도관의 설득과 경비대원들의 만류로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30여명이 참석을 못하고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참석시키고 싶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장애인 재소자들이 원탁으로 이동을 하여 자리를 잡았다. 어수선했던 자리가 정돈이 됐다.

찬양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 백집사님, 이번 행사의 찬양은 더욱 힘 있는 찬양으로 선곡을 해 오셨다. 선견지명이 있는감? 찬양으로 예배 분위기로 전환이 됐다. 찬양이 끝나자 앞으로 나가 간단한 인사와 순서를 소개 한 후 예배를 드린다. 박원장님의 기도와 강성흔 목사님의 뜨거운 말씀 선포가 은혜다. 예배 도중에 음식을 접시에 담느라 잡음이 들린다. 예배가 끝난 후에 하시라고 부탁을 하고 오시라고 백집사님께 말하니 얼른 다녀오신다. 전기 상태가 좋지 않아 행사를 서둘러 끝내야 할 처지였지만 모른 체하고 행사를 진행시킨다. 담당 교도관의 입장이 난처하겠다. 강목사님의 축도로 예배를 마친다.

마이크를 잡고 나머지 행사를 진행시킨다. 시끄러울 땐 잠을 재우든지 먹을 것을 주면 조용해지는 것이 아이들의 습성이다. 영적으로 아이라 할 수 있는 재소자들이라 세상적인 방법으로는 탁월하더라도 영적인 행사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모범수로 있는 재소자께 감사 기도를 하게하고 음식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찬양은 계속 이어지고 재소자들의 간증도 이어진다. 여전히 일흔이 넘으신 할아버지 재소자는 앞으로 나와 간증을 하신다. 다른 재소자들의 야유가 터져 나온다. 재미있는 모습이다.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연말 인사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다.
성경필사자가 늘어서 필사 용지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듣기 좋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필사자들을 격려도 해 드린다. 신약을 다 쓴 재소자에게는 영치금도 넣어주며 격려를 해 준다. 다음 행사 때는 더 많은 재소자들이 성경 필사를 마치고 칭찬과 함께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쉬움만 남는 달이 12월이라고 한다. 나 역시 아쉬움이 더 많은 12월이다. 재소자들에게 더 사랑으로 대했어야 하는데 칭찬보다 혼을 더 많이 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내년엔 더 많은 섬김을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드려야겠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 같은 사람을 통하여 장애인 재소자들이 용기를 얻고 다시는 죄짓지 않고 재범자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올 한해도 함께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곁에서 수고해 준 아내와, 윤목사님, 강목사님, 백집사님 기타 많은 회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교화행사에 동참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이 응답하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