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양미동 ♠ 2008/4/30(수)

남자는 인생을 되돌아 볼 때 모든 게 아름다워야 한다.   동기들은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 대학원생들이 졸업여행이라니 조금은 어색하다. 할 일이 많은 나에겐 졸업여행은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경비라면 학비를 내지 못해 휴학을 하려는 후배를 도와주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오늘 수업은 휴강이다. 이번 주 토요일이 자오의 날이라 마지막 점검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고민했는데, 공짜로 이틀이 생긴 것 같다. 덕분에 밀린 일을 여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 줬다. 오늘부터 중간고사라는데 2.5km를 걸어가서 버스타고 학교 가는 것보다 태워다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녀석 덕분에 오늘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가끔 이런 기분도 들어야 좋지 않을까? 자식은 부모에게 뭔가 해 달라고 할 때 자식처럼 보인다. 너무 의젓하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2% 부족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 2%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자식이 부모에게 어리광도 부리며 뭔가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부모는 그 덕분에 자식에게 부모 노릇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아침에 아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주차장으로 올라간다. 좋게 표현해서 어깨동무지 사실은 아들의 어깨를 빌려 내가 부축 받는 것이다. 양쪽으로 목발을 짚어야 하는데 신체 구조상 한쪽밖에 짚을 수 없기에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면 훨씬 덜 힘들다. 그래서 아들의 어깨를 빌리기를 좋아한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이젠 내가 매달리며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우리 부자는 주로 내가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아들은 자기가 필요한 것을 해 달랄 때나 아빠가 필요한가 보다. 그래도 항상 당당하게 말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빠한테는 당당하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빠는 아들에게 밥이란다. ‘밥이면 어떠냐? 씩씩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밥뿐 아니라 한상 가득 차린 근사한 밥상이라도 되겠다.’라고 혼자 생각한다. 나는 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녀석은 아빠보다 친구들이 더 좋은가 보다. 친구들과 전화하는 거 보면 신나게 잘도 하드만 아빠가 말을 건네도 별 말이 없다. 그럴 땐 아들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한다. “아들이 아빠한테 아무 말 안하니 아빠 노릇하기가 재미없다야~ 아빠는 아들이 아빠하고 더 친했으면 좋겠어.” 녀석은 씽긋 웃는다. 그걸 보면 아빠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사춘긴가? 요즘은 초등학교 때 사춘기가 온다던데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니 오춘긴가? ^_^* 아들에게 마음 편하게 시험보라고 했다. “공부 잘하는 불효자보다 꼴찌해도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고, 꼴찌를 해도 부모에게 효도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다시 말해 준다. 그리고 아들에게 자주 해 주는 말을 빼 먹지 않는다. “아들! 남자는 말이야 인생을 되돌아 볼 때 모든 게 아름다워야 하는 거야.”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간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겠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오는데 화단에 철쭉, 영산홍과 분홍색 꽃잔디가 아름답다. 벚나무엔 버찌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머지않아 버찌 따먹고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하겠다. 세상이 참 아름답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 내 인생을 뒤돌아 볼 때 모든 게 아름다워지도록 말이다. 2008. 4. 30 -양미동(나눔)―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