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름:양미동 ♠ 2005/3/16(수) 04:06 (MSIE6.0,WindowsNT5.1) 210.223.127.217 1024x768 |
 장담 못합니다. 아침에 군포에 사는 친구(고남)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오 쉼터에 지금 가려는데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알려 달란다. 오늘 교도소 가는 날이라 쉼터에 없을 것이라고 했더니 일찍 도착했다. 몇 군데 돌아다니며 손볼 곳을 알려주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하며 차에 오른다. 역시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떡집에 들려 떡을 싣고, 관공서에 들려 일을 보고 부지런히 차를 달렸더니 시간이 조금 남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커피 한잔 뽑아 들면서 일행을 기다린다. 어느 할머님이 교도소 정문을 향해 오르고 계신다. 누군가를 면회하기 위해 오셨는가 보다. 멋진 신사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오늘 출소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어제부터 안 좋던 몸이 이상하다. 오한이 나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교화행사 인도는 다른분께 부탁을 해야겠다. 어제 밤에 남원까지 문상을 다녀오느라 무리했나 보다. 봉사자들이 모두 도착했다. 9명이다. 안으로 들어가 교정위원실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경비병들의 검문을 받으며 통과한다. 차에서 짐을 내려놓고 아내는 주차하러 가고 우리는 교정위원실로 간다. 교도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행사 진행 순서에 대하여 설명을 해 드린다. 곤지암성결교회 백성도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고, 찬양 인도와 2부 진행은 백승주 집사님께 맡긴다. 나는 마지막 순서에 간단한 메시지만 전하기로 한다. 교도관이 마중을 나오셨다. 김진한 주임님이시다. 내가 98년에 처음으로 교화행사를 시작하였고, 1년 후 99년부터 알게 되었으니 벌써 6년이다. ‘한결 같다.’는 표현에 꼭 어울리는 교도관이다.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을 한다. 안내를 하면서 몇 가지 소식을 전해 주신다. 붕괴 위험이 있던 예배당을 이번에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게 되었단다.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단다. 서울 온누리 교회에서 5천만원을 후원해 주셔서 공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수리가 끝나면 더 넓은 공간에서 교화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신다. 감사하다. 봄기운이 피부로 느껴지는 날이지만 교도소 안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파란 죄수복이 더 춥게 느껴진다. 지난달보다 더 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모였다. 좋은 현상은 아니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안내를 해 준다. 5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던 윤건주 목사님이 모친상을 당하셔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고 미안하다는 소식을 전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밤에 남원에 다녀왔노라고 말하니 걱정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어느새 정이 들었다는 증거다. 4월 행사 때는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각 방별로 찬양대회를 하는데 영치금과 푸짐한 상품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라고 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팀에게 점수가 더 나갈 것이라고 했다. 순서에 의해 교화 행사는 진행된다. 찬양과 가슴 울리는 설교가 끝나고 2부 행사가 진행된다. 푸짐한 음식을 먹으며 진행되는 2부 행사는 화기애애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출소하면 다시는 죄수복을 입지 말자고 하며 약속을 하자는 백집사님의 말에, 이구동성으로 “예!”라고 대답을 하는데, 한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장담 못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철렁해진다. 어쩌면 저 대답이 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교도소가 더 행복했다는 어느 출소자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재소자들이 준비한 찬양들이 은혜다. 특히 악단에서 준비한 색소폰 연주와 찬양은 가슴을 울린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고 짧은 메시지를 전한다. 출소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의 소식을 전하며 희망을 전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의 고백도 들어 본다. 시간이 참 빠르다. 다른 때보다 10분을 더 했는데도 부족하기만 하다. 교도관의 당부 말씀을 듣고, 목사님의 마무리 기도로 행사를 마친다. 재소자들이 빠져나가고 악단들만 남아 있다. 목발을 짚고 걸어가 색소폰 연주자에게 수고했다며 악수를 했다. 10월에 있을 자선음악회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 그땐 출소 후라 가능하단다.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으로 나온다. 맡겨두었던 신분증과 핸드폰을 건네받고 인사를 나눈다. 법무부 장관상을 받게 됨을 축하한다며 시상식에 꼭 참석하라는 교도관의 당부를 들으며 차에 오른다. 머릿속에는 다음달에 있을 교화행사가 정리되어 가고 있다. 2005. 3. 11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