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53 : 40년 채우겠다는 할아버지 재소자

♠ 이름:양미동
♠ 2007/7/21(토)

40년 채우겠다는 할아버지 재소자

교도소 분위기가 이상했다. 예배당에서 정신교육장으로 교화 행사장이 바뀐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항상 함께 했던 악대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해서 물어 보니 악대가 해산 되었단다. 악대 중에 누군가 교도소에서 정해진 규율을 지키지 않았거나 사고를 쳤거나 둘 중 하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깊이 파헤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만 함께 한다. 대신 키보드 한 대는 준비되어 있다. 재소자들도 65명으로 줄었다. 약 50여명을 줄였다. 인원이 많으면 통제가 안 되고 교화 행사의 의미가 없어지기에 인원을 줄여달라는 부탁을 드렸었다. 그래서 이번 교화 행사는 덜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재소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참석하는 걸까?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본다. 답답한 감방에 갇혀 있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푸짐하게 준비해가는 별식을 먹기 위함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그 은혜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일까? 내 마음은 그들이 믿음의 용사로서 참석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새로운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해 나가려니 많이 어색하다. 열심히 찬양 인도를 하는 백집사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느새 악대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도 살아가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 기타를 어깨에 걸고 키보드와 호흡을 맞춰서 찬양을 잘 인도해 주신다. 예배의 순서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강 목사님께서 전해주는 하나님의 귀한 말씀이 마음의 양식이 되어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이 되리라. 마이크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뒷자리에는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예배 시간엔 조용히 경청해 주면 좋으련만…….

반전이 필요했다.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모처럼 가져간 하모니카를 불렀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항상 빠르고 신명난 찬양을 부르는 내 스타일은 하모니카 연주도 신명난 곡으로 시작한다. 금방 함께 어우러져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재소자들. 하모니카 연주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성이 나온다. 재소자들을 위한 자리이니 재소자들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다. 아무리 내가 리더이고 모든 행사를 이끌어 간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은 재소자들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고 계신다. 간증을 하겠다는 재소자들이 신청을 해 온다.
맨 먼저 나오신 일흔이 넘으신 할아버지. 이번 형을 마치면 교도소 생활 40년이란다. 40년만 채우고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신다. 아고 할아버지 40년 안채우셔도 되니 모범수로 출소하세요. 어쩌면 할아버지 재소자는 먹고 살기 힘들어 일부러 재소자가 되어 교도소에 들어오시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청송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걸레스님 중광 스님이 멋지게 연기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무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겠다니 감사하다.
일부러 간증을 써서 준비해 온 심*헌 형제는 차분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었다. 듣는 회중들도 하나가 되어 심취를 한다. 교도소에서 결심이 세상에 나오면 금방 변한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변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깨에 팔뚝에 울긋불긋한 문신이 가득한 형제가 나왔다. 재소자 형제들에게 나처럼 나쁜 사람이 되지 말라며 당부를 한다. 제발 예수 믿고 정신 차리고 살라고 당부를 한다. 유창하게 암송을 하는 성경 말씀들, 어깨를 벌리며(싸이가 노래 부를 때 새됐어~ 할 때 폼) 힘을 주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준비해간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 각 방에 몇 명씩 살다가 많은 동료들을 만나서 반가운가? 아무튼 정신없다.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잔잔한 찬양을 들려주라고 키보드 연주자께 부탁을 드린다. 함께 간 선교사님께 식사 기도를 부탁드렸다. 그 사이에 무언가 적어서 연락을 해 달라고 가져오는 재소자들. 모든 것을 교도관을 통하여 내게 올 수 있도록 하라고 거절을 했다.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재소자들이나 방문자나 어려움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을 하지만 냉정하게 거절해야 하는 내 마음을 그들이 알아주기를 바랄뿐이다. 성경 필사를 잘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도 한다. 열심히 쓰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다.

정해진 시간이 다 지나간다. 이젠 다시 일어 서야한다.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오세연 사모와 양선미 집사께 감사드리고, 설교를 해 주신 강성흔 목사님, 함께 참석해준 정성애 선교사님, 찬양인도로 수고해 주신 백승주 집사님, 막힌 도로에서 고생하다 뒤 늦게 참석해 주신 안미용 집사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교도소 안에 있을 때는 의식주가 해결되니 걱정 없을 텐데 저들이 출소하면 살아갈 방도가 있을까……. 진짜 전쟁은 출소 후부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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