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41 : [후기]목에 칼이 들어와도……. 03/2.7

♠ 이름:미룡
♠ 2003/2/11(화) 22:53 (MSIE6.0,WindowsNT5.1) 211.59.14.200 1024x768

[후기]목에 칼이 들어와도……. 03/2.7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지.
아주 작은 질서부터 큰 법규까지 모두 다 함께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필요해서 만들어 놓은 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에는 벌이란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함께 사는 법이 아닌가. 나는 교도소를 함께 사는 법을 복습하는 학교라고 부르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실수로 큰 죄를 지어 학교에 들어왔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지은 죄는 벌을 받고 사해졌으니 졸업한 후에는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교도소에서 자오나눔을 만나고,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만큼은 다시 교도소에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교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라면 누군들 없을 것인가 마는 특히 앞에서 이끌어가는 간사장님은 더 하실 것이다.
출감할 때의 축하와 기쁨이 몇 달을 못 가서 사그라지고 다시 교도소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믿었던 마음에 받는 상처의 크기를 그들은 모를 것이다.

12월에는 화성 자오 쉼터 준공 관계로 교도소 행사를 못 하고, 1월에는 교도소 측의 방학이라 한달 쉬고, 두 달 만에 자오 나눔의 교도소 봉사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8월 여름 방학 때부터 쉬었으니까 7개월 만에 다시 간 봉사였다. 소장님도 새로 바뀌었고, 몇 달 동안 빵과 우유만을 허용하던 규칙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다른 음식물도 허용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나눔님 내외분은 전날 부랴부랴 떡을 맞추고 과일과 과자 음료수 등을 준비하셨나보다.
12시 30분경에 시작할 행사를 위해 멀리서 오신 윤건주목사님과 나는 안양교도소와 가까운 역에서 만나 택시를 탔다. 검문소를 두 군데 지나 교도소와 통하는 마지막 검문소 겸 교도소의 첫 문에 들어서자, 먼저 오신 나눔님과 샘물님이 기다리고 있다. 교도관님의 마중을 받으며 들어선 교육실에는 약 50여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늘 장애인 재소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리들을 맞았는데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도 처음이다.

윤목사님이 찬송가 반주기 설치를 어느 정도 마치자 장애인 재소자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주어진 두 시간……. 1부에서는 언제나처럼 윤목사님의 자연스럽고 힘 있는 설교가 재소자들의 한 가운데로 파고든다. ‘하나님이 여러분들을 사랑하셔서 그냥 두면 제멋대로 사는 여러분들을 하나님 자신을 알리고 바르게 살게 하기 위해서 불러들이신 것이다.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 죄를 반성하고 애통해야 한다. 애통하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고, 용서가 있는 것이다.’ 아멘. 내가 지금 목사님의 귀한 설교의 핵심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재소자들 한가운데로 다니시면서 하나씩 짚어주시는 설교에 처음 참석한 분들도 많이 있는데 졸지도 못 한다.

떡과 커피와 음료수와 과자, 몇가지 과일 등의 음식을 나누며, 재소자들 끼리도 서로 챙겨주면서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어가는 2부 순서에서는 각 반별로 특송을 드리는 중간 중간에 간사장님의 재소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이 있었다. ‘칼은 칼일 뿐이다. 과일칼은 과일을 깎는데 사용되고, 연필 깎는 칼은 연필을 깎으면 그만이다. 손에 칼을 들고 있어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죄인이 되고 안 되고는 여러분들의 몫이다.’ 전하는 간사장님의 말씀이 예사롭지가 않다.
안양에 와서 자오의 교화행사에 참석하고, 그 때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성경 필사를 시작해서 7개월 만에 첫 성경 필사를 마치고, 다음 9개월 만에 두 번째 성경 필사를 하는 동안 이겨낸 투병생활과 세 번째 성경필사를 하고 있다는 글을 나눔님의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편지형식으로 한 재소자가 낭송하는 감동이 있었고, 착실하게 생활하다가 모범수로 출소하는 재소자에게 축하의 박수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큰샘물님과 오랜만에 봉사를 온 미룡에게 특송을 강요하시는 나눔님께는 두 여자의 원망스런 눈초리도 갑작스런 특송과 함께 덤으로 돌아갔다.

글에는 다 쓰지 못했지만 인간적으로 감동적인 일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한번 전과자였던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 행동에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연필 깎는 칼을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필요하니까 갖고 다니겠지 하고 넘어갈 일도 전과자라는 이유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과자라고 해서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몇몇 사람들의 실수로 인해 전체 전과자들이 단체로 매도되어지는 현실을 알고 출소한 후에 자신만이라도 바로 살려는 의지를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비록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아닌 길은 가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믿음에 배신하지 않는 진정한 남자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