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미룡 ♠ 2003/3/13(목) 13:00 (MSIE5.5,Windows98,Win9x4.90) 61.43.236.216 1024x768

떡 신자   간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양교도소 후기 안 쓸 텐가?” “쓰긴 써야죠…….” 지난달에 썼던 후기를 다시 읽어 보면서 내가 너무 심하게 쓴 게 아닐까 하는 후회가 한 달 내내 들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자주 갔고 여러 번 후기를 썼어도 가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쓰긴 써야 하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게 된다. 지난 금요일, 양주에서 오신 윤건주 목사님과 간사장님, 큰샘물님과 나를 포함한 일행은 어김없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안양교도소 교화 행사를 가졌다. 12시 30분 까지는 입실해야 한다는 말에 10시 넘어 바로 집을 나섰다. 비가 오는데 꽃샘  추위라고 해서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하다. 금정 역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윤목사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빨리 도착했다. 역 바로 옆에 있는 가판대에서 책을 팔고 있었다. 언 손을 불어가며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더니 30분이 그리 지루하진 않다. 따뜻한 캔 커피를 두개 사서 먼저 하나를 마시고 역 출구를 환하게 웃으며 빠져나오시는 목사님께 하나를 드렸다. 계단을 내려가 택시를 타고 이번에는 비도 오고해서 기사님께 교도소 정문까지 가자는 주문을 드렸다. 정문 앞에서 나눔님, 큰샘물님과 만나 교육장으로 들어갈 절차를 밟는 동안 준비해 온 통닭을 들여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귀한 음식을 대접하고자 했던 마음이 서운해진다. 며칠 따뜻한 것 같더니 꽃샘추위 때문에 떨면서 몇 개의 철문을 지나 2층에 마련된 교육실에 들어서자 미리 불을 피워 놓은 난로가 무척 반갑다. 조금 기다리자니, 오래 만나서 가족처럼 정겨운 기독교방의 형제들이 웃는 낯으로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고, 뒤따라 처음 참석하는 사람부터 몇 번 참석해서 안면이 있는 분들까지 50명이 넘는 장애인 재소자들이 들어와 자리를 꽉 채우고 앉았다. 1부에서는 예배의 형식을 뛰어 넘은 윤목사님의 재치 있는 예배가 감동적이면서도 친근하다. 예배 도중 신자와 비신자 파악을 하시는 윤목사님……. 신자도 아니고 비신자도 아닌 분들은 뭐냐고 묻자, “떡 신자래요~” 하는 말이 들린다. 예배를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기 위해 참석한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떡 신자’ 나도 처음 들었다. 지금은 떡 신자로 나온 사람들 이지만 곧 마음을 열고 진짜 신자가 되길 바래본다. 목사님의 예배가 끝나고 음식을 나누며 대화와 마음을 나누는 2부 순서를 위해 큰샘물님과 함께 음식 박스가 들어와 있는 곳으로 나갔다.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여기 가져오려고 미리 사 놓았더니 상한 게 많다며 속상해 하는 큰샘물님에게서 넘치는 사랑이 느껴진다. 사과를 깎고, 딸기를 놓고, 세 가지 과자를 놓고, 그 분들이 좋아하는 떡을 몇 개씩 놓고, 음료수를 들여보내는데 이렇게 푸짐하게 골고루 음식을 준비해 오는 곳은 자오나눔선교회밖에 없다는, 옆에서 도와주던 반장님의 말에 내가 준비한 것도 아닌데 흐뭇해진다. 우리들의 일을 돕느라 행사 시간에도 제대로 참석도 못 하고 봉사하는 반장님이 감사하다. 한 쪽에서 커피를 타서 들여보내고 있는데 한 사람이 허겁지겁 들어와 커피를 더 달라고 한다. 급하게 타서 보내긴 했는데, 한 사람씩 배달을 하면서 먼저 마신 사람들이 한 잔씩 더 마셔서 나중에 못 마신 사람도 생긴 듯……. 그 때문에 교육실 안의 분위기가 조금 안 좋았던 것 같다. 워낙에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기에 그러려니 이해는 하면서도 마음이 조금 안 좋다. 음식이 다 들어가고 우리들이 마실 커피를 마지막으로 준비하는데 아쉽게도 벌써 교화 시간이 다 끝나고 말았다. 비록 2부 순서에는 참여를 못 했지만, 우리들의 작은 힘일망정 그 분들이 진심으로 느끼고, 교도소에 있는 동안 하나님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그저 시간만 때우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양보해 가면서, 자신을 죽이고 봉사와 희생의 기쁨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거듭되는 출소자들의 재범으로 인해 실망하고 기운 없는 간사장님께 기운 잃지 마시라고 위로와 용기를 드리고 싶다. 반입하지 못 한 통닭을 두 마리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윤목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집에 와서 보니 아뿔싸……. 출입 허가를 위해 제출했던 목사님과 큰샘물님과 내 신분증 세 장을 내 주머니에 곱게 모셔왔다. 어쩐지 헤어지는데 나눔님이 후기 쓰라는 말을 안 하시는 게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니……. 목사님의 신분증을 비싼 우표 붙여서 보내드리고 아이들과 함께 통닭 파티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열린마음: 미룡님, 자오게시판에 있는 것을 옮겨 왔습니다. 그리아세요.  [03/13-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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