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름:양미동 ♠ 2006/7/31(월) 15:49 (MSIE6.0,WindowsNT5.1,SV1) 210.223.127.237 1024x768 |
 한 낮의 해바라기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운동하러 나간 장씨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 반신불수로 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고, 당뇨가 심하여 인슐린 주사를 하루에 33씩 맞는 분이시다. 당뇨에는 꾸준한 운동이 최고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 스스로 운동을 하시기에 자주 격려를 해 준다. 그럴 때마다 중풍으로 뒤틀린 얼굴에 웃음을 보이신다. 운동을 나가시면 마을로 가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마을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조심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마을 반대편 소나무 숲을 거닐라고 한다. 그것이 아저씨에게는 더욱 좋기 때문이다. 가끔 은행나무 아래에 멍하게 앉아서 누구를 기다리는지 기다리신다. 이혼한 아내가 올 것도 아니요, 아빠의 술주정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는 자식들은 모두 장성했지만 엄마 편에 서 있기에 올리도 없건만 기다림은 계속된다. 오전에 운동하러 나가신 분이 점심때가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아들래미에게 위에 올라가 아저씨 내려 오셔서 식사 하시고, 더위 좀 식히고 다시 운동하시게 하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숲속 길까지 다녀온 아들의 보고는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를 끌고 동네 몇 바퀴, 숲속 길은 모두 뒤졌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길은 아들래미가 뛰어갔다 온다. 장애인이 되시기 전에 택시 운전을 했던 분이라 혹시 버스 타고 어디로 나간 건 아닐까? 운동하다가 어디서 쓰러져있는 것은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만큼 마음도 조급해 진다. 다시 집에 돌아와 아저씨 오셨느냐고 물으니 아직이란다. 파출소에 신고를 해서 경찰들과 찾아봐야 하는가? 찾기만 해 봐라 혼내 줘야지……. 에고, 별의 별 생각하면서도 제발 다치지 말고 운동하다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내 마음이다. 덩달아 기도가 나온다. ‘하나님 불쌍한 사람 더 힘들지 않게 지켜 주세요.’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마도 사거리로 해서 원천동까지 한 바퀴 돌았다. 길이 좁아 차를 끌고 잘 가지 않던 골프연습장 옛길로 차를 몰았다. 길가에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차를 세우고 물어 본다. “지팡이 짚고 다니는 50대 아저씨 한분 안보셨어요?” 호기심 많은 어르신들 궁금한 것도 많다. 차를 세워놓고 별의 별 것을 다 물으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그런 사람은 집에서 못 나오게 해야지~” 아무튼 끙이다. 다시 동네 길을 돌았다. 우리 자오쉼터로 들어오는 길이 많다. 산책로가 어울리는 숲속길이 있고, 마을을 통해서 들어오는 길이 세 곳이나 있다. 처음 돌았던 길을 다시 간다. 저 앞에서 낯익은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아저씨다. 화고 뭐고 반가움이 앞선다. 차를 세우고 어서 차에 타라고 했다.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마엔 구슬땀이 맺혀 있다. “동네에서 운동하지 말고 소나무 숲길에서 운동하라고 했는데 어쩐 일이에요?” 했더니, “그냥 나오다 보니 신작로까지 나왔었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라고 하신다. 자오쉼터로 모시고와서 쉬도록 했다. 더위가 가신 저녁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7월 마지막 날 한낮을 2시간 동안 잔뜩 긴장하며 보냈다. 이것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여름 한 낮의 해바라기다. 2006. 7. 31 나눔(양미동) |
   |
| 번호 | 제 목 | 이름 | 작성일 | 조회 | |
| 222 | ♥ 맨발의 기봉이를 보고 | 양미동 | 1437 | ||
| 221 | ♥ [나눔의 편지 495] 데이트 좀 합시다. | 양미동 전도사 | 1397 | ||
| 220 | ♥ 한 낮의 해바라기 | 양미동 | 1326 | ||
| 219 | ♥ 나는 참 많은 복을 받은 사람이다. | 양미동 | 1477 | ||
| 218 | ♥ 어떤 그림을 그리실지 기대가 된다. | 양미동 전도사 | 1256 | ||
| 217 | ♥ 잘 되겠지요? | 양미동 | 1253 | ||
| 216 | ♥ [수필] 행복한 노력 | 양미동 | 1172 | ||
| 215 | ♥ 당신의 그 섬김이 | 양미동 전도사 | 2181 | ||
| 214 | ♥ 이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 양미동 | 1151 | ||
| 213 | ♥ 그녀는 프로다. | 양미동 | 1672 |
|
CopyRight ⓒ by INS4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