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양미동
2008/7/21(월)
내가 왜? 그러니까… 그래도.  

월요일 오전, 안양교도소를 가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출근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다른 일정이 밀려 있어서 차에 장애인 재소자들이 먹을 과일이며 과자며 음료수 등을 가득 실어 주며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해 준다. 영락없이 출근하는 모습이다.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화 행사를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차 안에는 가스펠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운전하고 있는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들려온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의 현상이다.
‘내가 왜? 무엇 때문에 11년 동안 변함없이 장애인 재소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나로 인해 재소자들이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어 세상에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재소자들이 출소하여 다시 범죄를 하지 않게 되면, 그것이 결국 우리들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명감 있는 말을 하곤 했지만, 내가 하는 섬김이 과연 그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는 적잖은 고뇌를 하면서 교도소에 도착했다. 아마……. 출소한 재소자들로 인해 많은 상처들을 받고 살아가기에 내 스스로에게 핀잔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마음을 가다잡는다. 그래도 해야 하기에 말이다.
교도소에 가다가 미용실에 들려 이발을 하려고 했는데 단골 미용실을 지나쳐 버리자 그냥 교도소로 왔다. 평소보다 1시간 이상을 먼저 도착했다. 날씨는 참으로 덥다. 감옥 안에 있는 재소자들도 고생하겠지만, 그들을 지켜야 하는 교도관들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교화행사에는 네 명만 참석한다. 의욕을 가지고 동참했던 분들도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중도에 자연스럽게 참석을 하지 않게 된다. 한동안은 참 많은 분들이 동참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교도소 사역에 참석하는 분들이 줄어들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하긴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자분들이 참석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결정을 한다. 그래도 10명 정도만 고정 구성원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목사님, 박목사님, 백집사님, 나, 이렇게 네 명은 절차를 밟고 교화행사장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는 예배당이다. 80여명의 재소자들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름이라 재소자들이 입는 복장도 변했다. 훨씬 부드럽게 보인다. 백집사님 찬양 인도하시고, 윤목사님 기도와 말씀 봉독, 나는 설교를 한다.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11년째 교화행사를 하지만 설교를 하기는 처음이다. 윤목사님 말씀이 “이제는 가끔씩 설교를 해야 되지 않겠냐.”시며 이번에 설교를 하라고 하셨다. 느닷없이 1시간 전에 말이다. 아무튼, 가난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것과 거짓의 결과와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하는 보혈에 대하여 말씀을 전했다. 박목사님 출소자를 위한 축복 기도와 축도가 있었다. 이것이 예배의 순서였다.
2부 행사 진행을 백집사님께 부탁을 드리고 재소자 상담에 들어간다. 상담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해서인가? 장애인 재소자들이 심심치 않게 상담 요청을 해 온다. 상담까지 전공했던 터라 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들어 주고, 또 들어주다 보면 스스로 해답까지 끌어내고 있음을 자주 경험한다. 넋두리다. 가슴에 있는 한을 들어 달라는 것이다. 억울한 마음을 알아 달라는 것이다. 12년 형을 받고 11년을 살았단다. 이제 1년 남았단다. 교도소에서 세상 법을 공부하여 인권에 관한 소송도 많이 했던 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의 법이 아닌 하나님의 법을 공부하여 나누며 살겠단다. 자기보다 훨씬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자기들을 위해 찾아와 섬기는 전도사님을 보고 얼마나 부끄럽던지 많이 우셨다고 하신다. 내가 해 줄 말이야 정해진 것 아니겠는가. “하나님 떠나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키포인트 아니겠는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재소자들이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창피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과 상담을 할 때면 항상 조심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은 실컷 배우고 한 번도 써 먹지 못한 사람이 아니겠냐며, 하나님의 법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귀하게 사용하라고 했다.

이번엔 성경 필사자가 네 명이나 됐다. 한 명은 신구약을 모두 쓰고, 세 명은 신약만 썼다. 쉽지 않은 일을 그들은 해 내고 있었다. 그렇게 성경 쓰기를 싫어했던 재소자들이 스스로 성경을 쓰고 있다. 인쇄소 하시는 백집사님이 성경 필사지를 무한 공급해 주시고, 함께 기도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본인들의 갈급함이 있어서 그렇게 성경을 펜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네 분 모두에게 영치금을 넣어 주기로 했다. 수번을 받아서 적는 백집사님.
한 재소자가 내게로 걸어오더니 “성경책 한권 주실 수 없나요? 제가 성경이 없어서요.”한다. 당연히 드려야지요. 어떤 부탁인데요. 내가 가지고 있던 성경을 바로 드리니 참 좋아 하신다. 그 모습을 보던 백집사님, “성경책이 필요하신 분 손들어 보세요.”하신다. 7분이 손을 드신다. “다음 행사 땐 저희 자오나눔선교회에서 성경책 마련해 오겠습니다.”하신다. 흠~ 믿음 좋을시고~ ^_^* 이번 기회에 성경책 기증을 받아 볼까? 의미 있는 일이니 말이다.
마련해간 푸짐한 먹을거리는 항상 재소자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어쩌면 먹을거리가 풍족하기에 신앙이 없어도 교화행사에 참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떠랴~ 그렇게 하다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나가서도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맞다. 부족하지만 내가 교도소 사역에 열정을 보이는 것은 복음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고, 예수 믿는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기에 나는 그들을 찾아 간다. 오전에 고민했던 문제들이 아침안개 밝은 햇살에 없어지듯 마음속의 고뇌가 사라졌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우리를 만지시고 다듬으시어, 근사하고 멋진 도구로 사용하고 계심을 새삼 깨닫는 날이다. 감사하다.

2008. 7. 14.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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