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86 : 비바람 치던 그 밤에 너는….

♠ 이름:양미동
♠ 2008/4/26(토)

비바람 치던 그 밤에 너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느닷없이 몰아치는 돌풍은 아름드리 소나무의 가지 몇 개를 후드득 훑고 지나갔습니다. 땅에 떨어진 소나무 가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절해 있습니다. 놀란 어미는 주인이 깔아준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나뭇가지 부러지며 비명을 지를 때 그때마다 어미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주인도 거센 비바람을 피해 방으로 들어간 지 이미 오래. 방 불은 꺼지고 예배당에 걸려 있는 십자가를 통해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올 때, 그 십자가 불빛 바라보며 아랫배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아침에 밥을 주러 나갔던 아내가 기쁨의 비명을 지릅니다. 안경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처갓집서 키우던 녀석이었는데 재개발 되면서 모두 이사를 갔을 때, 주인을 따라가지 않고 집 근처를 서성이던 녀석이었습니다. 몇 개월 후에 아내와 제가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녀석을 발견하고 차에 태워와 집에서 키웠지요. 녀석이 우리집에 온지 6년이 지났으니 처갓집 삶까지 합하면 10년도 훨씬 지났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할머니가 다 되었는데 하얀 강아지 두 마리를 낳았습니다.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던 지난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사람 같으면 비명이라도 질렀을 텐데, 소리 없이 아이를 낳았던 녀석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사람 같으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십자가 불빛을 보며 기도라도 했을 텐데,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며 새 생명을 탄생시켰을까요. 근데 어느 녀석이 와서 사고를 치고 갔을까요? 안경이는 묶어놨으니 스스로 님 찾아 나갈 수도 없었을 텐데….

아침에 보니 안경이 옆집에 사는 지킴이도 배가 많이 부르고 젖이 커졌던데 지킴이는 누가 사랑해줬을까요? 모두들 자는 시간에 바람처럼 도둑처럼 찾아왔었나 봅니다.
주의 날도 그렇게 임한다고 하셨는데….

“그러나 주의 날이 도둑 같이 오리니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벧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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