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09 : 비오는 날 고구마를 심고...

♠ 이름:양미동
♠ 2004/5/27(목) 21:33 (MSIE5.5,Windows98) 211.195.61.70 1024x768

비오는 날 고구마를 심고...

장애인 시설이지만 최대한 노력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함이 얼마나 좋은가.
마을 어르신들이 밭을 빌려 주었다.
감사하다.

오전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일을 마치고 쉼터로 돌아와
김선생이 마음껏 솜씨를 뽐낸 야채라면과 치즈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밭에 나가 고구마를 심기로 의견을 모은다.
자오의 날에 친구들이 와서 비닐을 씌워 놨는데
아직까지 고구마를 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고구마 순 100개들이 한묶음에 6-7,000원 하는데
3,000원씩 100단을 구입했었다.

어머님과 큰샘물, 차선생, 혜진이는 밭으로 먼저 나가고
김선생은 아버님과 예진이 태우고 병원에 들렸다가 학교에 들려 재진이 태우고
쉼터로 돌아 오기로 하고 남양의원으로 출발을 한다.
나는 한전과 통화할 일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 전기세 20% 감면을 해 준다고 하기에 신청을 했었는데
우리 쉼터는 해당이 안 된단다.
조목 조목 따지며 설전이 오간다.
지금 쉼터에는 계약전력 저압 15키로를 사용하고 있다.
지하 150미터에서 물을 뽑아 올려야 하기에 3키로짜리 수중모터는 항상 작동을 한다.
그래서 전력 사용량이 2,000키로를 항상 넘긴다.
주택용으로 사용하면 엄청난 전기세를 지불해야 할텐데 저압을 사용하기에
24만원 정도 나오는 거라고 한다.
어떻게 하든지 전기세를 줄이는 방법으로 1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김선생님이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오자 아이들과 함께 바로 밭으로 갔다.
4명이서 열심히 고구마를 심고 있다.
다시 쉼터에 가서 시원한 것들을 챙겨온 김선생님 따라
친구 섬색시랑 다른 친구가 밭으로 왔다.
지나다 들렸단다.
밭에서 새참을 먹고 다시 고구마를 심는다.
친구들은 다른 일정이 있어 돌아 간다.

오늘은 600평만 심는단다.
그런데 아직 200평도 안심었다.
일손이 부족한데 나라도 보태야겠다.
고랑에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로 이동을 하면서 고구마 심는 일에 동참을 한다.
시골 출신이라 한손으로 심으며 엉덩이로 기어서 이동을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심는다.
그 모습을 보던 큰샘물 왈,
"당신 참 잘심네~ 당신이 한 두둑 더 심어야겠다~"
"머시라? 끙"
"원장님은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이 아닌거 같아요. 그렇게 사시는 것 보면 누가 지체1급 장애인이라고 하겠어요? 멋집니다~"
"그거 칭찬이지?"
"그럼요~"

한참을 심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감사해라~
오늘 심은 고구마는 모두 잘 살아나겠다.
고구마 심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여자들은 먼저 들어가라 해 놓고 차선생과 함께 나머지 고구마를 심는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감사함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600평의 밭에 고구마가 다 심겨졌다.
30배의 결실을 거두게 하소서.
기도하며 감사를 드린다.
남은 고구마순을 고랑을 파고 흙으로 덮어 놓고 쉼터로 돌아 오며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흐뭇하다.

이제 토요일에 나머지 600평을 심으면 된다.
고구마가 풍년될텐데 넉넉하게 나눠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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