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58 : 작은 수고, 큰 행복

♠ 이름:양미동
♠ 2005/2/11(금) 01:02 (MSIE6.0,WindowsNT5.1,SV1) 210.223.127.246 1024x768

작은 수고, 큰 행복

명절은 역시 즐거워야 좋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우리들이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인가. 그래도 명절을 준비하는 손길에는 사랑이 가득 들어 있는 우리들이다. 이번 설에는 고향을 찾지 않았다. 우리 자오 쉼터 장애인들과 모두 내려가기도 그렇고, 그들만 남겨두고 내려가기도 그렇고 해서 마음만 고향에 보내기로 했다. 덕분에 자오 쉼터에서 설을 보내게 되니 할일이 생겼다. 백합 양로원의 살림을 맡아서 꾸려나가고 있는 원장님이 팔을 다쳐서 하루하루 식사를 해 먹기도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와 상의를 한다. 이번 설에 음식을 만들 때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서 양로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느 분은 명절에 아내를 힘들게 한다고 하지만, “할 수 있을 때 못하면 하고 싶을 때도 못하게 된다.”는 나의 의견에 오히려 격려를 보낸다. 천안에 사는 아우가 소중한 마음을 보태준다. 감사하다.

아내와 장을 보러 나간다. 항상 함께 다니는 우리 부부지만 시장에 나갈 때는 더 좋다. 시장에서는 사람 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감사의 조건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대형할인매장으로 이동을 한다. 손이 큰 아내는 푸짐하게 장을 본다. 고객센터에서 휠체어를 빌려 타고 여유롭게 물품을 구입한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양로원 원장님과 통화를 했다. 설 날 아침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설날 아침은 서로가 분주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설 전날 음식을 마련하여 저녁에 방문하기로 했다. 모든 걸 준비해 가면 아침에 바로 국을 데워서 떡을 넣으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련다.

아침부터 아내는 분주 하다. 나물을 다듬고 야채를 다듬고 있다. 부천에 사는 딸아이가 설을 쇠러 온단다. 버스 정거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기다렸다가 태우고 집으로 온다. 이젠 딸 아이도 함께 준비를 한다. 식당 방에 전기 프라이팬과 일반 프라이팬을 놓고 전을 부친다. 아내는 도미포 전을 금방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동태포 전도 부치고 있다. 딸아이는 산적을 만들고 있다. 나도 덩달아 동무삼아 앉아서 동그랑땡을 만든다. 평소는 모른 척 하더니 딸내미가 오니까 같이 한다며 아내의 놀리는 소리가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갈비찜이 익어가는 냄새가 맛있게 난다. 오이소박이도 만들고, 나물도 여섯 종류를 만들어 내는 아내는 역시 타고난 사람이다. 양지머리와 갈비를 푹 삶은 떡국 육수도 만들어 진다. 인선씨가 설을 쇠러 쉼터로 왔다. 고향에 못가는 회원들께 쉼터로 오라고 했는데 인선씨가 오셨다. 양로원에 가지고 갈 과일을 사들고 오셨다. 식당 방에서는 여전히 전을 부치면서 정담이 오가고 있다.

오후 늦게 남동생 가족이 설을 쇠러 왔다. 에고 이럴 때 왜 ‘맏며느리 타령’이 생각나는지……. 역시 나는 아직도 밴댕이 소갈딱지인가 보다. 동생 댁이 있는데도 혼자 수고하는 아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저녁때가 다 되어서 음식 준비가 끝났다. 차에 차곡차곡 싣는다. 큰 들통에 떡국 육수를 넣고 넘치지 않도록 랩으로 잘 싸고, 준비한 음식과 과일 등을 싣고 차에 오른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산속에 있는 백합양로원에 도착했다. 도로 공사하느라 비포장으로 변한 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려 도착했다.

반가워하는 어르신들. 평상시에도 외롭지만 명절 때면 더 외로움을 느끼는 곳이 시설에 살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소원이 있다면 “명절이 없으면 좋겠다. 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할머님 한분이 음식을 맛보시며 “간이 딱 맞다”고 칭찬을 하신다. “많이도 준비해 왔다”며 아내의 손을 잡아 주시는 어느 할머님의 눈엔 눈물이 고인다. 방문한 일행들을 소개시켜 주고 사진을 찍어드린다. 아내는 과일을 깎고 있다. 딸아이는 커피를 타 온다. 준비해간 음식은 내일 아침에 푸짐하게 차려서 감사기도 드린 후 먹겠다며 좋아하신다. 인선씨가 신났다. 인선씨도 외로운 분이라 양로원 할머님들께 살갑게 말을 건네고 있다. 할머님들의 신세타령도 들어 드리고, 목사님이 홈페이지 만드는 것도 구경한다. 7-80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상처로 얼룩지신 어르신들이라 좀처럼 마음 문을 열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한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주시니 감사하다. 양로원에 처음 따라간 딸아이도 섬기는 것이 익숙하다. 감사하다.

시간이 제법 지났다. 일어나야 한다. “자~ 이제 우리도 돌아갑시다.”라는 내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설 잘 보내시고 더욱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드리며 양로원을 돌아 나온다. 이번 설에는 ‘작은 수고 큰 행복’을 만끽한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올핸 모든 게 잘 풀려서 서로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2005. 2. 10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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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 여전히 교도소 안은 담 밖보다 훨씬 춥다.	양미동	2005/02/13
158	♥ 작은 수고, 큰 행복	양미동	2005/02/11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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