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59 : 여전히 교도소 안은 담 밖보다 훨씬 춥다.

♠ 이름:양미동
♠ 2005/2/13(일) 01:15 (MSIE6.0,WindowsNT5.1,SV1) 210.223.127.246 1024x768

여전히 교도소 안은 담 밖보다 훨씬 춥다.

매월 첫째 금요일은 안양교도소를 가는 날이다. 벌써 8년째 들어서고 있다. 설 연휴기간이지만 정해진 일정이라 예정대로 교화 행사를 진행한다. 설 명절기간이라 특별음식이라도 해 가려고 교도소 측과 상의를 해 보지만 성과가 없다. 예정대로 떡, 과일, 방, 음료, 과자, 차가 준비된다. 교도소를 방문하는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준비가 된다.
2월 11일, 날씨가 많이 춥다. 서울에는 영하 10도라고 한다. 아침에 백집사님께 전화를 드려 찬양 악보를 부탁한다. 차에 이것저것 물품을 싣고 잠시 대형 할인매장에 들려서 겨울 내복을 세 벌 산다. 아내와 안양교도소 정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함께 할 회원들을 기다린다. 일부 회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미리 들어가 교정위원실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날씨가 무척 춥다. 교정위원실에서 일부 회원들을 기다리며 교도소교화 행사에 대하여 설명을 해 드린다. 처음 참석하는 분들도 있기에 미리 설명을 해 드려야 한다. 그래야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하는 인원이 늘었다. 17명이다. 장애인 재소자들까지 합하면 작은 교육관은 수용을 못할 것 같은데...하는 걱정을 하면서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교도소 검색 대를 통과한다. 15척 담 하나 사이인데 체감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난다. 밖에서는 추위를 덜 느꼈는데 줄을 서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 무척 춥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 것 같다. 참석인원도 늘고 장애인 재소자들도 예상보다 더 많이 참석한단다.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며 안내를 하시는 교도관.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감방들을 지나간다. 수많은 철문과 철창들... 마음 같아서는 모두 걷어 버리고 자동문으로 교체하고 싶다. 교육관으로 가지 않고 예배당이 있는 쪽으로 가더니 교육대로 안내를 한다. 정신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할 때 한번 와 본 곳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이 자리에 앉고 재소자들도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이번에 참석한 회원들 중에는 목사님이 두 분, 전도사님이 두 분, 사모님이 한 분 동참을 하셨고, 나머지는 집사님들이다. 정해진 시간이라 바로 순서를 진행하도록 한다. 인원을 파악해 보니 총 91명이 참석을 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교화행사는 40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두 팀으로 나눠서 하도록 조치를 취했는데 이번엔 갑절의 인원이 참석을 했다. 찬양으로 시작된 행사는 계속 진행된다. 기도와 설교는 목사님들께 맡긴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준희가 엄마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특별 찬양을 해 준다. 그 사이에 아내는 일부 회원들과 따로 나가서 준비해간 음식들을 각 접시에 골고루 담느라 분주하다. 뜨거운 기도와 찬양, 소중하고 소중한 설교로 1부 순서가 끝났다.

2부 순서가 시작된다. 시간을 보니 벌써 40분이 지나갔다. 남은 시간은 50분, 마음속으로 20분 정도 더 연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2부 순서를 진행한다. 누구든지 처음 참석하는 회원들은 찬양을 하든지, 간증을 하든지, 율동을 하든지, 개인기를 보여 줘야한다. 그래서 당황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멋지게 마무리되는 것을 체험한다.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출소 후에 다시 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오느냐? 사회에 필요한 일군이 되느냐? 가 판가름난다" 고 전했다. "내가 함께 있는 재소자에게 범죄의 기술을 가르치면 재범자로 만드는 것이고, 복음을 전하면 사회의 일군을 만든다"고 전하며, 중간 중간에 찬양도하고, 재소장의 간증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예배시간에 잘 동참했던 재소자 3명을 뽑아서 내복도 선물한다. 재소자들의 숨은 끼가 많이 나온다. 용기 있게 행동하라고 했더니 많이 자신 있어 한다.

음식이 푸짐하게 담겨진 접시가 한 개씩 나눠진다. 한방차도 한잔씩 돌려진다. 맛있게 먹는 사이에 재소자들의 아름다운 찬양이 이어지고, 방문자들의 답 가도 이어진다. 참석자 모두가 한 코너씩 참석하게 했는데 류집사님이 용케 빠져나간다. 시간이 다 되어가기에 강단에 서서 교도관께 20분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난감해 하면서도 승낙을 해 주신다. 참 감사하다. 교도관의 당부 말씀이 이어지고 파주 통일동산교회 김봉미 사모님의 마무리 기도로 행사를 마친다. 더 풍족하게, 더 다양하게 해드리고 싶지만, 교도소의 방침대로 해야함을 잘 알기에 기도를 더 하게 된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에 교도관의 설명이 이어진다. 장애인 사동, 의무대, 기동타격대 등을 설명해 주신다. 추운 날씨에도 자유시간을 이용해 작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재소자들을 스치듯 지나간다. 많은 재소자들이 모여서 행사를 하는 장소가 낡아서 붕괴의 위험이 있기에, 각 종교별로 행사를 할 수 있는 건물이 생기길 기도하고 있다는 교도관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기도에 동참하겠다는 대답을 하고 있는 방문자들의 모습이다. 여전히 교도소 안은 담 밖보다 훨씬 춥다. 마음이 추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2005. 2. 12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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